
알래스카 남서부 카트마이 국립공원 보호구역(Katmai National Park and Preserve) 깊숙한 곳에 자리한 카트마이 크레이터 레이크(Katmai Crater Lake)는 대자연의 파괴와 회복이 동시에 새겨진, 지질학적·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화산 분화구 호수다.
이 호수는 1912년 노바럽타(Novarupta) 화산 대분화로 형성된 카트마이 화산군의 거대한 칼데라(caldera)에 빗물과 눈 녹은 물이 수십 년에 걸쳐 고이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분화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화산 폭발로 기록되며, 주변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불과 화산재가 모든 것을 덮친 자리에서, 시간이 흐르며 맑고 깊은 호수가 탄생한 것이다.
카트마이 크레이터 레이크는 도로 접근이 불가능해 소형 항공기, 헬리콥터, 또는 숙련된 백컨트리 트레킹으로만 도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반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알래스카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자연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호수 주변에는 화산암과 응회암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마치 지질 교과서 같은 풍경을 이룬다. 여름철에는 이끼와 초지가 서서히 뿌리내리고, 철새들이 찾아오며 생명의 회복을 알린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연은 끊임없이 균형을 되찾고 있다.
이 지역은 관광지라기보다 과학 연구와 자연 보존의 현장에 가깝다. 화산 활동, 기후 변화, 생태 회복 과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며, 국립공원 관리청은 엄격한 보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트마이 크레이터 레이크를 두고 자연의 격변이 남긴 침묵의 증언이라 평가한다. 폭발 이후의 황폐함이 시간이 지나 고요와 아름다움으로 바뀌는 과정은,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 스스로가 치유하는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