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Dongji)

December 19, 2025 by KCN

가장 긴 밤을 지나, 다시 빛을 품는 날 – 팥죽 한 그릇에 담긴 한국인의 시간과 기원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동지(冬至)는 단순한 절기를 넘어 한국인의 삶과 정서 속에 깊이 자리한 시간의 경계선이다. 음력 11월에 해당하는 이 날은 태양의 움직임이 다시 북쪽으로 향하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옛사람들은 동지를 “작은 설”이라 부르며 새해의 시작처럼 여겼다. 가장 깊은 어둠을 지나야 비로소 빛이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지는 농경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날이었다.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이 시점은 겨울의 절정이자 새로운 순환의 출발을 의미했다. 그래서 동지는 끝이 아닌,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의 날이었다.
동지를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팥죽이다. 붉은 팥은 예로부터 액운과 잡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졌다. 집집마다 팥죽을 쑤어 대문과 부엌, 장독대에 조금씩 나누며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했다. 이는 음식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나누는 보호와 희망의 의식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동지를 지나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여겼다. 이는 단순한 나이 계산이 아니라, 가장 긴 밤을 무사히 건넜다는 시간의 통과 의식이었다. 동지는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상징적 기준점이었다. 오늘날 동지는 더 이상 농사의 기준은 아니지만, 그 의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 가장 어두운 순간이 곧 전환점이 된다는 믿음,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깨달음이다.

동지죽(팥죽) 만드는 법 –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겨울 절기 음식

■ 재료 (4인분 기준)
 마른 팥 1컵
 물 6~7컵
 찹쌀가루 1컵 (새알심용)
 소금 약간
 설탕 또는 꿀 (기호에 따라)

■ 만드는 방법

  1. 팥 삶기
    팥을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고 물을 붓는다. 한 번 끓인 뒤 첫 물은 버려 떫은맛을 제거한다. 다시 물을 붓고 중불에서 팥이 충분히 무를 때까지 40~50분 삶는다.
  2. 팥물 내기
    삶은 팥을 체에 밭쳐 팥물과 팥알을 분리한다. 팥알은 으깨서 껍질을 걸러내고, 곱게 내린 팥물을 다시 냄비에 붓는다.
  3. 새알심 만들기
    찹쌀가루에 따뜻한 물을 조금씩 넣어 반죽한 뒤, 작은 동그란 새알심을 만든다.
  4. 끓이기
    팥물에 새알심을 넣고 끓인다. 새알심이 떠오르면 거의 익은 상태다. 소금으로 기본 간을 하고,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더한다.

■ 동지죽 한 그릇에 담긴 의미
동지죽은 붉은 팥으로 액운을 막고, 가장 긴 밤을 무사히 건너 새해의 빛을 맞이하기 위한 기원의 음식이다.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으며 건강과 평안을 비는 한국 고유의 겨울 풍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