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에 숨은 봄기운—절기 ‘우수(雨水)’가 전하는 신호

February 18, 2026 by KCN

24절기 가운데 두 번째에 해당하는 우수는 이름 그대로 ‘비가 내리는 시기’를 뜻한다.
매서운 한파가 조금씩 힘을 잃고, 눈이 비로 바뀌며 대지에 스며드는 때다. 얼어붙은 땅위로 미세한 변화가 시작되는 이 시기는, 자연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향해 천천히 몸을 돌리는 신호로 읽힌다.

농경 사회에서 우수는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얼었던 흙이 풀리고 물길이 살아나면서 농사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씨앗을 고르고 논밭을 살피며 한 해 농사의 윤곽을 그리던 절기이기도 했다. 예부터 “우수·경칩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속담이 전해질 만큼, 이 무렵의 변화는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다.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수는 달력 속 작은 글자로 지나가기 쉽다. 그러나 낮이 조금씩 길어지고, 차가운 공기 사이로 스며드는 습기와 햇살의 온기,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계절의 이동을 또렷이 알린다. 눈 대신 비가 내리는 풍경은 단순한 기상 현상을 넘어, 겨울의 고단함을 덜어내고 새 출발을 예고하는 자연의
언어이기도 하다.

절기는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어온 오래된 약속이다. 우수가 전하는 메시지 또한 분명하다. 급격한 변화보다 서서히 스며드는 움직임이 결국 계절을 바꾸고, 차가움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은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음 밑에서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봄은 길을 내고 있다.

눈과 비의 경계에서 맞이하는 우수. 그것은 아직은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희망의 기척을 읽어내는, 한 해의 가장 조용한 전환점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