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협의 터널 건설 - 김용원 교수

November 13, 2025 by KCN

몽골계 인류가 1.5~2만년전에 베링지아 (베링육교: Beringia, Bering Land Bridge)를 건너서 아시아에서 아메리카까지 이동하였다. 원주민에게 몽골반점이 있다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베링해가 얼었거나 해수면이 낮아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베링 해협에 ‘푸틴-트럼프 터널’을 건설하려는 러시아의 제안은 러시아와 알래스카를 잇는 철도 연결 계획을 공표했다. 도금 시대의 선구자부터 냉전 시대의 음모론자, 오늘날의 크렘린궁 특사에 이르기까지, 북극 항로를 통해 아시아와 북미를 물리적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은 계속해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에는 엄청난 비용과 더 큰 지정학적 제약을 동반한다. 언제부터 이들 구상이 제안되었는지를 역사적인 흐름을 알 필요가 있다.


1904년: 대규모 철도 계획
20세기 초, 미국 철도 재벌들로 구성된 조직은 베링 해협 아래에 터널을 건설하고, 이르쿠츠크 (Irkutsk) 까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연결하는 시베리아-알래스카 철도 계획을 제안했다. 이 구상은 1890년대의 코스모폴리탄 철도와 골든 게이트 철도로 유명한 엔지니어 요제프 슈트라우스 (Joseph Strauss, USA) 의 초기 교량 건설 제안을 기반으로 했다. 그 어떤 것도 구상이나 계획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철도가 북극을 관통하여 세계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확고한 관념을 심어주었기에는 분명한 메세지였다.


냉전의 유혹과 평화의 다리 구상
상징적인 ‘미-소 연결’이라는 개념은 1960년대에 스며들었다. 로이터 통신의 최근 보도는 ‘케네디-흐루쇼프 세계 평화의 다리’라고 표시된 소련 시대 지도를 인용하며, 이 다리는 “즉시 건설될 수 있고, 또 건설되어야 한다”는 주석을 달았다. 출처와 의도는 아직 논쟁중이지만, 이 문서는 베링해협 연결 사업이 오랫동안 구체적인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데탕트(긴장완화)의 은유로 사용되어 왔음을 강조한다.


2007년: 러시아, 초대형 프로젝트 부활, 중국은 잠복 중
2007년 러시아 관리들이 TKM-월드 링크(TKM-World Link: 러시아어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를 잇는 대륙간 철도/에너지/통신 복합 인플라 프로젝트)를 홍보하면서 시작되었다. 6,000km 길이의 종주 지형(縱走地形)과 해협 아래 100km 터널, 그리고 총 사업비가 거의 650억 달러에 달하는 프로젝트이었다. 2008년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장기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극동 지역 깊숙이 철도 노선 건설을 승인했고, 2011년 야쿠츠크 회의에서 고위 관리들은 다시 한번 지지를 표명했다. 해협 구간 건설 비용만 해도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선 철도, 항만, 전력망 건설을 제외하고 100억~1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후 중국은 자국 북동부에서 출발하여 동시베리아를 통과하고, 베링 해협을 가로질러 약 200km 길이의 해저 터널을 통해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노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 계획 모두 현재까지 진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알래스카 옹호자들과 미국의 양면적 태도
미국 행정부는 이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았지만, 두 차례 주지사를 지낸 전 미국 내무장관을 역임한 월리 히켈 (Wally Hickel)이 이끄는 알래스카 옹호자들은 수십 년간 ‘대륙간 평화의 다리’ 또는 터널 건설을 추진해 왔다. 히켈의 스케치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지만, 연방 정부의 승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25: 드미트리예프의 80억 달러 “푸틴-트럼프 터널”
푸틴의 투자 특사이자 러시아 직접투자기금(RDIF) 책임자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몇 주전 모스크바와 익명의 국제 파트너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80억 달러를 투자하여 8년 이내에 완공될 112km 길이의 해저 철도 및 화물 터널 건설을 제안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의 보링 컴퍼니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화합과 북극의 기회를 상징하는 이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흥미롭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얻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는 큰 반발을 샀다. 이러한 베링해협 해저터널 건설에 대한 많은 비평가들이 건설계획이 실패할 것이라고 언급하는데는 세 가지 주요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 해협 이상의 규모: 터널은 이론적으로 저렴한 부분이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은 추코트카 (Chukotka)와 서부 알래스카를 통과하는 6,000 킬로미터의 새로운 철도, 전력, 도로이다. 추코트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 지역에 위치하고, 지진 활동이 활발하며, 영구동토층이 분포한 지역으로 건설에 최악의 자연 조건과 재해가 도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2) 미미한 무역 흐름: 미국과 러시아의 무역 규모는 작으며, 제재 하에서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규모의 안정적인 화물 운송 없이는 베링해 해저 횡단 철도는 부채와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3) 정치와 제재: 전쟁 관련 제재 이전에도 비용과 거버넌스 문제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흐름을 가로막았다. 현재의 기후에서 자금 조달, 보험, 수출 통제, 그리고 허가 절차는 터널이 피해야 할 빙벽보다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120년 동안 베링 해협 횡단은 공학적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적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시장, 거버넌스, 그리고 물류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미트리예프의 저렴한 가격표가 언론의 관심을 끌 수도 있지만, 터널을 넘어 선 경제 상황이 더 중요해지고, 지정학적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이 구상은 오랫동안 탁상공론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