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야행성 체질로 규정하는 저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버릇이 있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이 듭니다. 종종 산책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쯤 걸으며 새벽 기운을 느낄 때는 말 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지만, 그 좋은 것도 게으르고 힘이 들어 자주 못 하고 있습니다.
‘특새’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별 새벽기도회’라는 뜻의 이 말은 현재 한글 사전에 들어 있지는 않지만, 기독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말입니다. ‘특별 새벽예배’, ‘특별 새벽부흥회’ 등도 특새라고 부릅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지 3일에 살아난 부활절 전 40일 동안을 사순절이라고 합니다. 이 기간에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수난을 기억하며 단식, 새벽기도회 참석 등절제되고 평소와 구별된 생활을 하며 지냅니다. 특히 사순절의 마지막 주간을 고난주간이라고 하는데 예수가 인간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이 땅에서 당한 고난과 고통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더욱 경건하고 절제된 생활로 고통에 동참합니다.
제가 출석하는 교회에서도 지난 고난주간 동안 2016년 부활절 특새를 했습니다. 저는 평소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지만 이런 특별한 절기의 특새는 참석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미적거리다 결국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잠이 들고, 맞춰 둔 알람이 두 번째쯤 울릴 때야 부랴부랴 일어나 서둘러 교회로 갑니다. 둘러보면 제 주변에는 수십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들의 강한 정신력과 확고한 신앙이 존경심마저 갖게 합니다. 지금은 세상 떠나신 제 아버님께서도 새벽기도회를 빠지지 않으셨습니다. 한 번은 겨울철에 자전거를 타고 새벽기도회에 가시다 트럭에 부딪혀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시기도 했습니다. 새벽 고요한 시간에 경건하게 창조주 앞에 나아가 말씀을 묵상하고 자기 뜻을 간절히 구하는 새벽기도야말로 우리의 인생 가운데 보석과도 같이 빛나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라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과 함께 모든 것이 조금씩 드러나는 새벽은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하고 새로운 기운과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신비로운 순간입니다.
저는 올해 고난주간 부활절 특새를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이젠 특새 참석 이 전의 제 모습과 특새 참석 이후의 제 모습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특새를 통해 신앙적인 성숙은 물론 저의 인격과 삶에 어떤 의미와 어떤 유익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저 잠만 못 자고 의미 없이 왔다 갔다 하며 헛고생만 했는지 살펴봐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고생이란 어렵고 고된 일을 겪는 것을 말하지만, 헛고생이란 아무런 보람도 없이 쓸데없이 고생만 한 것을 말합니다. 새벽기도회 몇 번 참석하고 나서 고생, 헛고생 운운하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참으로 가소롭게 들리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저 나름대로는 이 일에 의미를 두고 노력한 일이기에 그것을 결산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나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이 나의(인간의) 죄 때문임을 다시 한 번 느꼈는가?
나는 예수의 부활로 인해 내가(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된 것을 확신하는가?
나는 예수가 말한 “이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라”라는 명령을 실행할 결단을 했는가?
나는 예수가 가르쳐준 가장 큰 계명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를 삶 가운데 실천할 준비가 되었는가?
예수가 나의(우리의) 죄를 대신해 죽었으므로 이제 나는 자유로워야야 합니다. 행복해야 합니다. 아직도 내가 자유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고 특새 이전과 똑같다면 나는 특새 동안 헛고생만 한 것입니다. 괜히 잠만 못 자고 몸만 피곤하게 한 것입니다. 차라리 새벽 운동을 다녀왔다고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릅니다.
나의(우리의) 가정생활도 변해야 합니다. 좋은 남편으로, 좋은 아내로, 좋은 자녀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웃으며, 더 많이 안으며, 더 많이 사랑하며 화목하게 지내야 합니다.
나의(우리의) 생활도 변해야 합니다. 이젠 정직해야 합니다. 이젠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이웃을 미워하는 마음도 버려야 합니다. 시기, 질투하는 마음도 버려야 합니다. 남을 속이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주변의 평화를 깨트리는 일도 삼가야 합니다. 그리고 말투도 변해야 합니다. 특새를 마치고서도 특새 이전과 똑같이 남의 흉이나 보고, 남의 욕이나 하고, 비난하고, 모함하고, 저급한 말이나 하며 낄낄거린다면 나는(우리는) 헛고생만 한 것입니다. 특새를 지내고서도 나에게(우리에게) 전혀 변화가 없다면 그럴 리 없겠지만, 예수께서 “나 괜히 죽었다”며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2016.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