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밀사 : 타국 하늘 아래서 1 -주현식

October 22, 2025 by KCN

<타국 하늘 아래서>
“이제 드디어 가는구만.”
강영석 사범이 입을 열었다. 다른 사범들은 제각기 편한 자세로 아직 공항에서의 흥분을
가라앉히느라 약간 들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기내에서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대한항공K101편을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희
K101편은 홍콩을 경유한 후 아랍에미레이트의 수도 아부다비를 거쳐 최종목적지인
사우디 아라비아 리아드까지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실 것입니다.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곧이어 영어 안내방송이 나오는 사이 일행 중 가장 키가 크고 막내격인 안지영 사범이
창밖을 내다보며 방금전 공항에 환송나온 식구들과 친구들의 모습을 회상하고 있다.
“몸 조심해라. 연락 자주 하고…”
“그래, 너희들도…”
………………
할 말들이 많을 것 같은 얼굴들이지만 애써 아끼는 듯했다. 안지영 사범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시는 어머님을 피해 애꿎은 비행기표만 들여다 봐야했다.
…………………
이 때, 문득 안지영 사범은 사업일로 공항에 나오시지 못한 아버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기회라는 것이 그리 쉽게 오지는 않는다. 그동안 여러사람들의 보살핌과 도움으로
막힘없이 순탄하게만 살아왔지만 이번 이 기회는 오로지 너 혼자힘으로 준비하고 추진한
일이니만큼 어디 한곳에 안주하지 말고 부디 좋은 결실 맺고 돌아오길 바란다.”

안지영의 아버지…….
한 때는 꽤 알려진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필드를 누비던 유명인사였건만 비운의 사고로
인해 좌측골반탈골로 여러차례수술을 받고 꿈을 접어야만 했던 인물. 자신이 겪은
좌절과 아픔이 사랑하는 아들에게만은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정신적인
버팀목과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시던 아버지였다. 지금껏 우물 안 개구리마냥 살았던

아들이 처음으로 자신이 혼자 결정한 기회의 문을 두드리는 이 순간 대견함과 동시에
아들 앞에 들이닥칠 한파에 대한 걱정에 나이 만큼이나 깊게 패여 주름진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 이것이 27년을 넘게 키워 온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동안 철저히 계싼에 의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을 속여온 안지영이라는 만들어진 인물의 또다른 모습이었음을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모인 그 누구도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