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 총소리 - 배상환

July 30, 2025 by KCN

시월의 첫날, 이 달콤한 노래 제목 같은 날에 또 끔찍한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지난 10월 1일 오전 10시 30분쯤 오리건주 로즈버그의 엄프콰 커뮤니티 칼리지의 강의실에 이 대학 학생으로 등록된 크리스 하퍼 머서(26)가 난입해 수업 중인 교수와 학생 9명을 사살하고 본인도 자살했습니다. 머서는 평소 총기 수집에 심취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에 의하면 그는 모두 13정을 총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6정은 총격 현장에서 7정은 그의 집에서 발견됐습니다. 외톨이였던 머서는 총을 들고 찍은 사진이나 과거 총기 난사와 관련된 글을 SNS에 올리는 등 온라인 활동에 열성적이었다고 합니다. 머서는 종교를 극도로 혐오해, 이번 총격 당시 유독 기독교 신자들에겐 무자비한 총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범인이 기독교인들만 골라 자리에서 일으킨 뒤 ‘당신은 기독교인이니까 1초 뒤면 하나님을 만날 거야’라며 총을 쐈다”고 말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건 발생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바로 몇 달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그때도 우린 슬퍼하고 같은 말을 했다. 이런 일이 왠지 일상이 돼 가고 있다(Somehow, this has become routine)”고 통탄하며 총기 규제 강화를 다시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이 사건을 총격범 개인의 정신질환 문제로 취급하고 있어 총기 규제 강화에 관한 격론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2조에 “국민의 총기 소지 권리는 침해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어 규제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모든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기록 조회,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 거래금지, 반자동 소총 등 공격용 무기 거래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총기 규제법안을 발의하였지만 그해 4월 상원에서 부결되었습니다. 이 법안이 부결되는 이유가 전미총기협회 등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민주, 공화 양당의 정치인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인들의 행태는 비슷한가 봅니다.


한 단체의 발표에 의하면 이번 사건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일어난 45번째의 4명 이상이 사망한 대량 총기 난사사건이라고 했고, 또 다른 단체에 의하면 이번 사건은 올해에 발생한 사망자가 없는 사건까지 포함해 총 294번째의 총기 난사사건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는 매일 한 차례 어디에선가 총기 난사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은 아직 총기 사건으로부터는 안전한 나라입니다. 지난 3일 부산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20대 남성이 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권총 한 자루와 실탄 19발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의 기민한 범인의 신원 파악과 공개수사를 통해 4시간 만에 잡혔습니다. 2차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무척 다행입니다. 자살률 세계 1위인 한국에서 총기소지가 자유로워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한국계 학생 조승희가 총기를 난사해 33명이 숨진 사건은 지금도 우리 한인 동포들의 머릿속에 악몽처럼 남아있습니다.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8명이 숨지는 총격 사건이 있었고, 2013년에는 워싱턴 DC 해군기지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습니다. 올해에 발생한 총기 사건으로는 지난 6월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청년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 총을 난사해 흑인 신도 9명이 사망했고, 7월에는 테네시주 해군시설에서 현역군인 5명이 사망하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고, 그리고 지난 8월엔 버지니아의 지역방송사 WDBJ 기자 2명이 아침 생방송 도중 같은 방송사 전직 동료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테러로 숨진 미국인은 313명인데 비해 총기사고로 숨진 사람은 31만6,545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총기 사고가 이렇게 많이 발생하는 것은 총기를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대부분 정신이상자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정상적인 정신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위해 꾸준히, 무던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이 풍요로운 계절에 우리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정신을 위해 노력하십시다. 가을 운동회에서 “땅!” 하는 총소리와 함께 환호를 지르며 100m 결승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꼬마들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그때 그 총소리가 그립습니다. (2015.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