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 유타 셰익스피어 연극축제- 배상환

September 24, 2025 by KCN

저는 몇 년째 이맘때쯤이면 우리 지역 많은 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냅니다. 왜냐하면 그분들께 “내년에는 꼭 유타 셰익스피어 연극축제 단체 관람을 추진하겠습니다” 라고 약속했던 것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4년부터 라스베가스 서울문화원 주최로 ‘유타 셰익스피어 연극축제’ 라스베가스 한인동포 단체관람을 시행하였는데 2008년까지 다섯 번 가진 이 행사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유타 셰익스피어 연극 관람이 일년 중 유일하게 라스베가스를 벗어나는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침 일찍 커머셜 센터에 모여 렌트한 몇 대의 밴에 나눠 타고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떠나는 이 가을여행은 나이와 상관없이 참가자 모두가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처럼 즐거워했습니다. 어느 해는 58명이 행사에 참가해 15인승 밴 5대에 나눠 타고 갔습니다. 차 앞 유리창에 오래 전 한국에서 봐 왔던 것처럼 큰 글씨로 ‘1호차’, ‘2차’를 써붙이고 달렸습니다. 무슨 군사작전이라도 하는 듯했고, 이상한 글씨를 앞 유리창에 써 붙인 다섯대의 같은 차가 달리니 다른 차들이 서둘러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무심코 그 사이를 끼어든 차는 자신이 무슨 사고라도 친 듯 급히 빠져나갔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유타 시더시티(Cedar City)까지는 라스베가스에서 두 시간 반 남짓 걸렸는데 어느 한 사람도 지루해 하지 않고 모두가 철없는 아이처럼 차 안에서 깔깔대며 즐거워했습니다.


2004년에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인<맥베드>를 관람했고 2005년에는<All’s Well That Ends Well>, 2006년에는 <베니스의 상인>, 2007년에는 <폭풍>, 2008년에는<Moonlight And Magnolias>를 관람했습니다. 공연 전에 작품 해설을 충분히 해 드린다고는 했지만, 공연 중 일행들의 표정을 보면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남유타대학을 투어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어느 분이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왜 단체 연극관람을 기획하였습니까?” 그래서 제가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후일 죽어 하늘나라에 갔을 때 그곳에 있는 누군가가 세상 사람들은 연극이라는 것을 즐긴다는데 그게 뭐요?’라고 물을 때 ‘글쎄요? 난 한 번도 연극을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죽어서까지 쪽 팔릴 수 없기에 오늘 그 연극을 관람하는 것입니다.” 뭔가 예술적으로 의미 있는 대답을 잔뜩 기대하고 질문했던 그 분은 저의 이 황당한 대답에 몹시 당황해 했던 것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물론 연극 한 번 본다고 우리의 예술적인 감성이 깊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리지는 일은 없습니다. 연극관람 전과 후가 전혀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대를 사는 우리 중의 누군가가 그 연극에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두고 일생을 바쳐 작품에 헌신한다면 우리도 한 번쯤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는 것이 바른 삶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오는 29일 화요일 저녁 최근 출간한 저의 네 번째 컬럼집 <라스베가의 불빛은 아직도 어둡다>의 출판기념회를 엽니다. 출판기념회 역시 별 거 아닙니다. 말 그대로 누군가가 책을 냈고 그래서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함께 축하하는 모임입니다. 대단할 것도 없고 대단할 필요도 없는 그저 그런 행사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사람이 살면서 출판기념회 한 번 정도는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행사의 내용이 너무 없을까봐 마침 추석 다음, 다음날이라 그리운 고향에 관한 노래를 마음껏 부르게 해 드리고 싶어 2부 순서로 ‘추석맞이 고향노래 잔치’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연극을 한 편도 본 적이 없거나 출판기념회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행사에 참석하실 것을 권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삶을 살펴 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2015년 시즌 유타 셰익스피어 연극축제가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비록 서울문화원에서 여러분을 단체로 모시지 못한다 하더라도 가족 끼리나 아니면 가까운 친지들과 함께 하루 연극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0월 31일까지 공연되는 작품은 <찰리의 고모>(Charley’s Aunt), <드라큘라>(Dracula), <베로나의두 신사>(the two gentlemen of Verona) 세 작품입니다. 세 작품 모두 유머, 화려함, 로맨스가 잘 표현된 가을 정서와 매우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연극축제가 열리는 유타 시더시티까지 가는 들녘은 벌써 누른빛의 황금물결이 출렁거리고 있을 것 입니다. (2015.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