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발전시킨 사회 정치 제도 중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는 최상이라고 여기는 국가 제도가 민주주의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헌법도 이를 헌법 조항에 분명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맹자는 진심장구(盡心章句) 하편 14장에서 민위귀장(民爲貴章)이라 했습니다. “국가의 근간인 백성이 귀하다”는 말입니다. 백성을 귀히 여기는 왕만이 명군이요, 성군이 될 수 있음을 가르친 그의 통찰력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합니다. 지도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현대 사회는 전례 없는 위기의 연속에 휩싸여 있습니다. 팬데믹, 기후 변화, 전쟁과 분열, 경제적 양극화, 국가 간의 극도의 이기주의까지. 세계는 지금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불신과 대립으로 가득하고, 지도자답지 못한 지도자를 뽑았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기업·교육·종교계 지도자들조차 각종 비리와 특권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참된 지도자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위기 때마다 영웅이 나타나 그를 해결했던 인류 역사를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런 지도자를 간구해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큰 바위 얼굴의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듯이 그런 지도자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평상시에 소망과 꿈을 갖고 그런 지도자를 양육해야 하는 것입니다. 준비된 자로 키워 갈 때 시대가 그를 영웅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지도자의 첫 번째 자질로 ‘솔선수범’을 강조합니다. 예수께서는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마가복음 10:45)고 하셨습니다. 지도자는 권위를 주장하는 자리가 아니라, 먼저 말씀대로 행하고 책임지며 희생하는 자리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이 성경적 리더십과 멀어져 있습니다. 공직자들은 특권을 누리면서도 책임은 회피하고, 기업 총수들은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챙기면서도 정작 노동자들은 해고 위기에 몰려 있어도 나 몰라라 합니다. 정치인은 국민 앞에서 고개 숙이기보다 상대 정파를 비난하는 데 열중하고, 종교 지도자들마저 윤리적, 도덕적 모범보다는 교세 확장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사회는 ‘말하는 지도자’는 넘치지만 ‘행하는 지도자’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국민이 진정한 지도자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분별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성경의 느헤미야 같은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는 예루살렘 성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금식하며 기도했고, 자신이 가진 권한을 내려놓고 백성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어려운 길을 택해 백성들과 함께 성벽을 다시 쌓았습니다. 그는 “내가 총독으로 있었으나 백성에게서 녹을 받지 않았다”는 말씀과 같이 스스로 특권을 포기한 지도자였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런 태도를 가진 지도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좋은 제도나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으면 문제가 없을 거라는 실수를 인간은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또한 역사를 통해 이런 문제는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라 이를 운영, 적용하는 사람의 인격의 문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법과 구조는 아무리 잘 설계되어도, 그것을 실행하고 적용하는 지도자가 신뢰를 잃으면 공동체는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정치인, 기업인, 교육자, 종교인 누구든, 자신의 위치가 ‘높은 자리’가 아니라 ‘먼저 섬기며 사랑을 실천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으로…. 지도자의 위엄은 명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23장 3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경고하십니다. “그들이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그들이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말뿐인 지도자, 책임은 남에게 돌리고 결과만 챙기려는 지도자는 결코 공동체를 살릴 수 없고 도리어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데 방해가 됩니다.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보여주기식 사과, 형식적인 개혁안에 속지 않아야 합니다. 이제는 땀과 눈물로 증명하는 진정성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은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지도자의 품격’이라는 과제 앞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험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갈망하는 것은 유능함이 아니라 믿음직함이요, 전략이 아니라 모범입니다. 공동체 앞에서 먼저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사람,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는 사람, 먼저 희생하고 마지막에 대우받는 사람. 그것이 성경이 말하는, 그리고 오늘 한국 사회가 간절히 원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후손이 지금부터 먼저 이런 지도자의 훈련에 동참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반드시 그런 지도자를 우리는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