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물음표가 씨앗이면 느낌표는 꽃이다 - 배상환

January 9, 2026 by KCN

“물음표가 씨앗이면 느낌표는 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불리는 이어령 교수가 한국의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한 이 말은 일정 시간이 흘렀음에도 제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묻기도 하고 많은 것을 느끼기도 했지만, 물음표와 느낌표가 한 쌍인 줄은 몰랐습니다. 때로는 묻기만 했고 때로는 느끼기만 했습니다.

이 교수는 “내 인생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고 가는 삶이었다. ‘유식하다, 박식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거부감이 든다. 나는 궁금한 게 많았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여겨도 나 스스로 납득이 안 되면 하나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오고 가는 것이 내 인생이고 이 사이에 하루하루의 삶이 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삶은 용서할 수 없다. 그건 산 게 아니다. 관습적 삶을 반복하면 산 게 아니다”라고도 했습니다.

누군가가 이어령 교수를 율곡 이이, 초정 박제가와 함께 한국의 3대 천재라고 꼽았는데 이것에 관해 이 교수는 한사코 손사래를 칩니다. 그는 평생 ‘말썽쟁이 떼쟁이’로 살았습니다.

1934년 1월 15일생인 그는 7남매 중 여섯째지만 여동생과 일곱 살 터울이라 막내아들처럼 자랐는데 그의 부모는 다른 형제에게는 엄했지만 그에게만큼은 관대했습니다. 떼를 써도, 말썽을 부려도 하고 싶은 대로 그저 내버려뒀다고 합니다. 덕분에 그는 틀 없이 자유분방하게 자랐습니다.

한 번은 형을 따라 처음 서당에 갔다가 훈장이 그 유명한 천자문의 첫부분 네 글자를 가르치며“하늘 천(天),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고 하자 어린 이어령이 “왜 하늘이 검어요? 내가 보기에 하늘은 파란데요?”라고 말했다가 “야, 이놈아, 밤에 보면 하늘이 검잖아.”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어령이 또 “밤에 보면 다 깜깜해 땅도 검은데 왜 누렇다고 해요?” 라고 했다가 화가 난 훈장으로부터 “이 녀석이 어딜 와서 따져? 옛 선현들이 다 그렇게 말한 걸 가지고.” 크게 핀잔을 들었습니다. 그 일로 이어령은 서당에서 쫓겨났고 다시는 서당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이어령은 질문대장이었습니다. 평생 동안에 했던 수많은 물음들이 그의 창조의 씨앗이 됐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왜 ‘서당’이라고 하지 않고 ‘학교’라고 해요?”, “누가 왜 ‘학교’라고 했어요?” 따져 물었습니다. 말끝마다 물고 늘어지는 그는 학교 선생님들의 골칫덩이였습니다. 질문 수준도 난이도의 극과 극을 치달았고 아무리 당연한 것이라도 스스로 납득할 수 없으면 물고 늘어졌습니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갈릴레오가 법정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잣말하는 것을 누가 들었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아이들은 제비를 보면 으레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새끼 제비들에게 어미 제비가 벌레를 한 마리씩 물어다 준다는데, 먹이를 준 놈과 주지 않은 놈을 어미가 어떻게 구별해요?” 가히 궁금증의 극치입니다.

“엉뚱한 질문을 한다고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나는 혼나는 게 두렵지 않았어요. 지적 호기심이 워낙 컸기 때문이죠.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의 환희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꺅”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고 온몸엔 전율이 일어납니다. 목마름 없는 지식은 고문입니다.”

의문문 문장의 마지막에 사용되는 부호 ‘?‘(물음표)의 어원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처음엔 ‘물음’이라는 뜻의 라틴어 quaestio를 묻는 말이 끝날 때마다 썼는데 이것이 번거로워 처음과 마지막의 알파벳 즉, qo로 줄여 썼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qo를 다른 말과 혼동하자 이번엔 qo를 세로로(q는 위로 o는 아래로)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용돌이와 점으로 이루어진 지금의 물음표 ‘?’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어원으로 ‘물음표는 인간이 쭈그리고 앉아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모습을 본뜬 기호’라는 의견도 있다.

감탄이나 놀람, 부르짖음, 명령 같은 강한 느낌을 나타낼 때 쓰는 문장 부호 ‘!’(느낌표) 역시 ‘물음표’와 비슷한 유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느낌표(exclamation)는 ‘감탄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감탄문 문장의 끝에 ‘exclamation’의 두 글자를 딴 ‘io’를 썼습니다. ‘io’는 오랫동안 감탄사로 사용되다가 보다 단순화된 것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느낌표 ‘!’ 입니다.

나는 과연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의 환희를 얼마나 즐기며 살았는가 생각해 봅니다. 느낌표도 없이 물음표만 남발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지난 시간을 뒤돌아봅니다. 어쩌면 물음표도 없이 느낌표만 기대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물음표가 씨앗이면 느낌표는 꽃’이라고 했습니다. 이 봄에 그 꽃향기가 미치도록 그립습니다.

이어령 교수는 1990년 초대 문화부 장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갓길’, ‘자락’, ‘쌈지공원’ 등의 신조어를 만들었으며 88 서울올림픽 개막식에 굴렁쇠 어린이를 등장시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2016.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