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 서리 내리는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 백점숙

October 29, 2026 by KCN

10월 23일, 가을의 마지막 절기… 자연은 겨울을 준비하고 인간은 삶의 결실을 돌아본다

오는 10월 23일은 24절기 가운데 열여덟 번째이자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霜降)이다.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가을의 끝자락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자연의 변화를 알리는 시기다. 낮에는 가을 햇살이 남아 있지만 밤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풀잎과 들판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기 시작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상강을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고 겨울 채비를 서두르는 중요한 절기로 여겼다. 들판에서는 늦가을 수확을 마무리하고, 가정에서는 김장과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왔다. 특히 알래스카의 상강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는 듯하다. 산봉우리는 이미 흰 눈으로 덮이고, 황금빛 단풍은 차가운 바람에 흩날리며, 긴 겨울을 예고하는 첫눈이 대지를 감싸기도 한다. 한국의 상강이 서리로 겨울을 알린다면, 알래스카의 상강은 눈과 얼음으로 겨울의 문을 여는 셈이다.

상강은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날이 아니라 우리에게 인생의 깊은 의미를 일깨워 주는 자연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견뎌 낸 대지가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듯, 인간의 삶 역시 수고와 인내의 시간을 지나 결실의 계절을 맞이한다. 나뭇잎은 마지막 아름다움을 남기고 가지를 떠나지만, 그 떨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자연의 지혜다. 특히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는 알래스카 한인들에게 상강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수많은 계절을 견뎌 온 우리의 세월도 어느덧 깊은 가을의 빛깔을 닮아 있다. 서리가 내린다고 꽃의 향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겨울이 온다고 희망의 씨앗까지 얼어붙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계절일수록 서로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상강의 하얀 서리 위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처럼, 우리 모두의 삶에도 새로운 희망과 축복의 빛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