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밀사 : 보이지 않는 손들 2 - 주현식

December 19, 2025 by KCN

1996년 9월 29일.

북경인터내셔널 공항에 북한에서 온 친선사절단 일행을 태운 민항기 한 대가 활주로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었다. 환영식 준비 단상과 붉은 카펫이 길게 늘어져 있고 중국인민 공안군악대가 질서있게 도열해 연주를 하는 동안, 중극측 대표 왕친텐 공산당 제일국장과 고위층 인사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 트랩이 닫고, 문이 열리며 황장엽씨와 비서 김덕만씨, 그 주변으로 경호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서로 악수와 가벼운 포옹을 나누며 차례로 인사를 나눈다. 마중 나온 간부들과 긴 인사가 끝난 후 성명없이 준비된 리무진 차에 차례대로 타고 출발하자 그 뒤로 긴 행렬의 차량이 공항을 빠져나간다.

탁자 가운데 양국 국기가 놓여 있고 양국 대표들이 서로 마주보고 대좌, 통역관이 황대표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다. 100여석이 넘는 특별 회의실은 양측의 고위당 간부들과 기자 취재진 카메라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로 악수하는 장면을 서로 가까이 촬영하려는 기자들끼리 서로 가벼운 몸싸움까지 날 정도였다. 잠시 후 사진촬영이 끝난 후 모두 퇴장. 드디어 본격적인 회담이 진행됐다. 먼저 황장엽씨 최고인민상임위원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시작됐다.

“저희 일행을 극진하게 환영해 주신데 대하여 우선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이곳에 오게 된 이유 중 첫번째는 북조선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오랜 우방국이며 혈맹의 관계국입니다. 친애하는 김정일 동지께서 직접 하사하신 친서도 갖고 왔지만, 우선 북조선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여러각도로 상의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제 비서인 김덕만 동지가 보충설명을 하겠습니다.”

“김덕만 조선 중앙통신 소속 사장 인사드립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하고 입을 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는 지난번 주석님 조문에 참석해주신 장택민 최고지도자 위원님과 그 외 여러 당위원님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라고 전하셨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는 지난번 주석님 조문에 참석해주신 장택민 최고지도자 위원님과 그 외 여러 당위원님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라고 전하셨습니다. 본론으로 말씀드리자면 북조선에 전기사정과 석유사정이 좋지 않아 이번 기회에 약속된 바와 같이 조기 수입을 원하셨으며, 훗날 좋은 시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 중화인민공화국 방문을 원하셨기 때문에 상의차 방문한 것입니다. 두번째는 황장엽 최고상임위원님을 모시고 발전하는 중화인민공화국에 다각적인 군사시설 및 공업화, 그리고 첨단화학단지 사찰 및 경공업시설까지 두루 살피고 돌아오시길, 김정일 국방위워장님이 독려하셨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달변가인 김덕만씨의 막힘없는 말솜씨에 상대편 일행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북한측 발언이 끝나자, 곧 이어 중국측 대표, 왕친텐 공산당 제일국장의 답례가 있었다.

“먼길 오시느라 노고가 많았습니다. 우리 중화인민 공화국과 북조선은 그야말로 혈맹국임은 새삼 강조할것 없이 사실입니다. 날로 변화 되가는 세게정세 속에서 장택민 주석께서는 개혁의 일환으로 서구의 발전된 신기술을 도입 신경제개발에 박차를 시작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머지 않아,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세계 속에 우뚝 선 거인국이 될 것입니다. 방금 말씀하신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방문해 주신다면 13억 중화인민들의 큰 환영이 있을 것이며 영광으로 알 것입니다.”

“지금 일본과 경협문제, 남조선측과의 적십자와 이산가족 문제 등 앞으로 풀어가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여름 극심한 홍수피해로 쌀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서 국내 문제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우리 북조선에서는 기아에 허덕이는 인민을 살리고 세계 유일의 강대국인 중화인민공화국을 형제의 나라로 믿고 있는 바 상호긴급한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길 김정일 각하께서는 바라고 계십니다.”

노구의 몸으로 안경테를 바로잡으며 황장엽씨는 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