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모래 언덕>
한없이 펼쳐진 사막. 도대체 얼마나 넓길래 끝이 보이지 않을까? 일찍이 우리나라의 (삼환건설)이 이 곳에 길고 긴 아스팔트를 깔아놓았다. 이 곳에 길고 긴 아스팔트를 깔아놓았다. 이 도로말고도 꽤 많은 곳곳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 비행장 활주로를 비롯해 댐건설과 항구만수로 건설 등… 한 민족의 기량과 정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섭씨40도(화씨 105)를 웃도는 강한 태양, 열사의 나라 답게 풀 한 포기 없는 광활한 모래 언덕 너머로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는 낙타들의 모습을 보며 태권도 사범일행은 두바이로 질주하고 있었다. 사범들 모두는 일본제 도요타를 구입했지만 유독 막내인 안지영 사범만이 흰색 쏘나타를 구입했다. 모두들 젊은이 답게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오디오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잘 포장된 사막 도로 위를 질주한다. 마치 자동차 경주를 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두바이는 중동의 홍콩이라 불릴만큼 금유의 도시며 상업과 온갖 첨단시설을 갖춘 호화스러운 빌딩들 쇼핑의 천국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한 마디로 별천지이다. 두시간쯤 달렸을까? 거대한 빌딩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두바이에 거의 도착했음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태권도 사범들이 이 나라에 온지도 100일이 다 되어 간다. 이젠 어느정도 이 나라 실정에 익숙해져서 또 다른 낯선 도시에 왔지만 더 이상 주눅이 들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갖는 여유가 생기고 말았다.
(Ham Dan) 백화점이 보인다. 말은 백화점이지만 규모로 따지면 한국 잠실에 있는 롯데 월드와 어드벤쳐 그 옆의 석촌호수까지 합친 크기의 3배는 족히 되는 크기이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이 이 어마어마한 건물이 한 개인의 소유라니…대대손손 손 하나 까닥 안하고 살아도 될 부자 아닌가? 왜 몇 안 되는 자국민들이 공부를 안 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고 군대도 안가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지 이제는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 빽빽이 들어찬 차들 사이를 돌다가 자리를 잡아 파킹을 시키고 안으로 들어가 각자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골동품 코너였다. 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와 말 위에서 칼을 뽑아 치켜 세우고 있는 장군이 새겨진 동판, 그리고 낙타인형… 작은 것은 새기 손톱만 한 것부터 크게는 실제 크기만한 것까지 다양했다. 가격도 저렴해 한국의 가족들 친구들에게 보내준다며 이것저것 구입했다. 각양각색의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선 곳이지만 색깔에 있어서는 어떤 동질적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건 우아하고도 고상한 상아빛의 흐름이었다. 그 상아빛은 바로 이슬람 사원들의 색깔이었다. 두바이는 상아빛의 도시였다. 그 은은한 색깔들의 다양하고 미묘한 조화는 종교적 경건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게 해줌에 충분했으며 두바이란 도시를 인상깊게 만들고 있었다.
쌀라(기도)시간이 되면, 그들은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든, 무슨 일을 하고 있던 간에 멈추고 엎드려 메카(성지)를 향해 절을 하며 기도를 한다. 예컨대, 택시를 타고 달리다가도 이 시간이 되면 멈춘다는 말이다. 아랍에미레이트 남자들의 길고 하얀옷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들의 특이한 의상인 소읍은 머리에서 발목까지 하얗게 치렁거린다. 그 의상중에 머리에 두른 두건인 구트라를 고징시키기 위해 쓰이는 두줄의 테인 아낄만이 검은색이라 유난히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상아빛 사원들과 새하얀 옷들은 강렬한 햇살 속에서 묘한 조화를 이루며 종교적인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바로 붉은 사막을 배경으로 성지를 향해 엎드려 기도하는 남자. 그의 모습이 그렇게 경건하고 순수해보일수가 없었다. 그 외롭고 진지한 모습은 아랍에미레이트의 독특한 인상으로 가슴에 담기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