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지만 두바이의 깊은 매력에 흠뻑 빠져 있던 일행은 아무도 돌아갈 생각을 못하는 듯 보였다. 시장기를 느끼자 두바이 한인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일식집 “가부야”로 향했다. 한인회장은 사범들을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으며 최고의 서비스로 대우해 주었다.
“자네들이 도착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네. 언제 한번 두바이로 초대해 대접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일부러 찾아와 인사해주니 고맙네.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게나. 물심양면으로 내 도움세.”
한인회장은 할아버지뻘 되는 나이 지극한 분이셨지만 젊은이를 능가하는 총기와 달변의 소유자였으며, 굉장히 좋은 체격 조건을 갖추고 되신 분이셨다. 외부인의 방문은 그야말로 뉴스거리, 웨이터, 웨이츄레스로부터 주방에서 어지간하면 나오지 않는다는 주방장, 설거지하는 필리핀 아줌마까지 모두 나와 이들의 방문을 반겼다. 더군다나 준수하고 수려한 외모들을 지닌데다 건장한 체격까지 갖춘 이 멋진 방문자들 때문에 아가씨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차례 식당 식구들과의 인사가 끝나고 사범들은 그때서야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최고급 일식요리로…
“김목사님 요즘 건강이 좋지 않으신 것 같은데 돌아가자마자 댁에 좀 가봐야 될 것 같다.”
“음…그랬구나. 어쩐지 요즘 통 집에만 계시는 것 같더니만… 지난번 영빈관공원에서 마지막 뵈었을 때 안색이 좀 창백해 보였던 것 같았어.”
“우리가 좀 무심했군.”
사범들은 각기 자신들이 느꼈던 느낌들이 맞았구나 하는 생각들에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때 마침 더 필요한 것이 있나 체크하려고 사범들 테이블로 오던 한인회장 부인이 말했다.
“모르셨구나. 그 분 오래전부터 위장이 나빠 아주 고생 많이 하셨지요. 얼마전 수술도 했는데 결과가 그리 좋게 나온 것 같지는 않다던데…. 한참 나이에, 좋다는 약은 다 먹어도 소용이 없다고 합디다. 쯧쯧 안됐어.”
종종 걸음으로 주방으로 돌아가면서도 그 부인은 계속 알아듣지 못할 말로 중얼중얼거렸다. 아마도 김목사님이 안됐다 뭐 이런 이야기인것 같았다.
“우리가 요즘, 이 곳에 적응하느라 경황이 없어서 연락도 잘 못드리고 지냈네 정말.” 노사범이 말을 꺼냈다.
“그러게 말이야. 이 곳에 도착해서부터 곁에서 제일 수고 많이 하시고 도와주셨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참! 뵐 면목이 없구만.”
이일재 사범이 걱정스러운 표정이 지어 보였다.
“강형 생각난 김에 전화 좀 해봐요?”
“응? 지금? 그런데 좀 늦은 시간인데 괜찮을까?”
셀룰라폰을 꺼내들고 차근차근 번호를 누르는 동안 다른 사범들 그를 지켜보고 있다.
“아-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강영석 사범입니다. 밤 늦은 시각에 죄송합니다만 목사님과 통화를 하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네…네 아 그러세요? 네… 몇 마디를 더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왜요? 안계시대요?”
안지영사범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사범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좀- 좋지 않은 눈치야. 사모님께서 받으셨는데 목사님 지금 막 잠드셨다고 근데 목소리가 좀…아무래도 예사롭지 않은 눈치야.”
“우리 교회 한번 모두 나가서 예배도 보고 목사님도 뵙고 위로해 드리자구 어때? 모두들 생각이…?”
“그럽시다. 이번주는 대사관 초청 만찬 자리가 있으니 안되고 다음주부터 한번 나가 봅시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들 숙연해져들 있다.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는 한인회장 내외의 간곡한(?)부탁으로 사범들은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돌아서 나왔다. 밖으로 온 사범들 눈에 유난히 크고 반짝이는 별들이 들어온다. 유난히도 크고, 쏟아질 듯 아름다운 밤 하늘의 밝은 별빛 덕에 사범들은 2시간 동안의 지루하고 긴 시간을 운전하고 나름대로 익숙해진 보금자리인 아부다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