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밀사 - 주현식

April 1, 2026 by KCN

공항 안은 두 눈이 뻘건 북한요원들이 들쑤셔놓고 있었다. 그 수가 조금 늘어 열두명쯤으로 보이고 하나같이 권총을 지니고 있는 듯 보였다. 안사범은 다행히 비자연장을 위해 잠시 출국하려는 러시아 직업(?)여성들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주고받으며 일행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 사이 사이 안지영은 안면을 익힌 북요원들의 정확한 수를 헤아리고 있었다.

또한 우리 쪽 대사관 직원과 안기부요원들도 한눈에 들어왔다. 한국대사관 무관인 박민성 대령, 그는 조금 왜소해 보이는 체격을 갖췄지만 군에 수십년간 몸담고 있던 이력이 있어 눈매나 행동 행동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었다. 한 마디로 강해 보였다. 그가 안사범을 알아보고 다가와 슬쩍 물었다.

“에릭?”

“네. 제가 에릭 안입니다.”

그것은 이동재 대사가 알려준 본국에서 온 안사범의 암호명을 확인한 것이다. 이미 태권도 사범의 일행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그만 한국 안기부 요원이라는 것은 오늘 아침 대사로부터 처음 들은 것이었다.

“인사는 나중에 나누기로 하고 이미 저놈들 벌써 쫙 깔린 모양인데 조심하시오. 40분 후 비행기가 도착하고 대기하고 있는 전용기에 그들과 같이 한국으로 갑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쪽과 마주치게 되면 그들 그냥 있을 놈들이 아니요. 만약, 내가 떠난 뒤 무슨일이 생긴다면 크게 부딪치지 말고 이 전화번호로 연락하시오. 이 곳 공항경찰인데 우리편이니 염려말고 일단 그들이 개입하게 되면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시오. 다른 직원들도 모두 알고 있으니 그렇게 아시고, 몸 조심하시오. 행운을 빌겠소.”

그는 말을 하느라 얼굴의 반쯤을 가린 신문을 치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북한요원들 모여서 심각한 표정들로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 한 명의 요원이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와 이야기를 한다.

“저기 이상한 비행기 한 대가 오픈 돼있지 않은 활주로에 서너 시간전쯤 착륙해 있다는데 그게 저기…조금 멀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퍼렇고 뻘겋구 그런거 보니까 태극문양인거 같습네다. 한 번 가보시자우요.”

“그래?”

한순간에 우르르 대형유리창에 따닥 붙어 볼을 부벼가며 멀리 있는 전용기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희미하게 보이긴 했지만 꼬리 부분에 찍힌 것은 분명 대한민국의 태극 문양이었고 그 밑에 대한항공이라는 이니셜이 박혀 있었다.

“썅…저것들이 대가리들을 굴리고 있구만.”

“저건 7번 게이트인것 같은데 날래 그쪽으로 가보라우.”

오후2시10분. 홍콩을 출발한 타이국적의 비행기 한 대가 사뿐히 공항에 안착. 5번 게이트로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그들도 보았고 또한, 우리도 보았다. 벌써부터 5번과 7번 게이트에는 우리쪽과 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마치 다이나마이트 심지에 불을 붙여놓고 타들어가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는 심정들이었으리라… 5번과 7번 게이트의 거리는 보통 사람의 걸음으로 10분거리. 그만큼 공항청사는 어느나라와 다를바 없이 넓고 복잡해 보인다. 한산했던 게이트들은 비행기의 출입국 시간이 되자 어느새 사람들의 물결로 북적대기 시작했고 안내방송도 끊임없이 나와 귀를 괴롭혔다. 5번에서 7번 에기트까지 이동해야 할 10분 남짓한 거리가 한시간은 더 될 거란 생각에 초조하고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곳 공항 간부급 되는 아랍직원 두 명과 북한 요원 5명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장소로 들어가는 것이 순간 예리한 눈을 가진 박민성 대령에게 띄었다. 드디어 띄엄띄엄 떨어져 박민성 대령의 신호만 기다리고 있는 몇몇 요원들에게 사인을 보낸다. 그들은 황장엽 일행과 한국으로 이동하게 될 요원들이었다. 모두 여권을 제시, 박대령을 선두로 함께 들어간다. 이것을 지켜보던 에릭 안. 남은 북한 요원들은 한국 대사관 직원들이 온 것을 알고 슬슬 다가가 남은 우리쪽 요원 주변을 배회하다가 의도적으로 말을 건넨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요…여기는 왠일로 오셨습네까? 반가운 손님이라도 오시나 봄네다레….”

그가 뒤의 요원들에게 눈짓을 한다. 느닷없이 쇠파이프를 꺼내들고는 휘두르며 공격한다.

에릭 안, 갑작스러운 공격에 뒤로 한걸음 주춤하는 우리 요원을 보호하며 이단 발차기로 사정없이 내질러 공중으로 날려버린다. 순간, 그 자리에 모여있던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를 피했고 말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드디어 시작된 승부를 가릴 수 없는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두 세명이 한꺼번에 달려드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때려눕히는 에릭안의 화려한 무술실력에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입만 벌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제서야 도착해 공항 안으로 달려들어온 사범들 눈에 화려한 발차기로 상대방을 때려눕히고 있는 안지영 사범의 모습이 보였다.

“어-어…저기다. 맞죠? 저기 안사범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