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밀사 : 타국 하늘 아래서 4 - 주현식

October 22, 2025 by KCN

“여러분들은 당초 계획대로 적응기간 동안 저와 함께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이 기간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과 여러분들이 살게 될 집문제, 그리고 개인차를 구입하기 전까지 픽업 문제 등등…모든 것을 저와 상의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며 되도록 불편함 없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사실, 저도 젊었을 적에 잠시 태권도 선수시절을 보낸적이 있는지라 아주 문외한은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 잘해봅시다. 집문제는 내일 오후면 결정되겠고…음. 훈련스케줄은 왕실에서 스케줄이 내려오는 대로 다시 의논하기로 하고…아이고, 이런 벌써 이렇게 시간이 되 버렸네… 그래요. 오늘 저녁은 이곳에서 편안하게 쉬시고 내일 오전9시까지 다시 오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긴 김목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그렇게 아부다비의 첫날밤은 깊어지고 있었다. 일행 모두 아무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땅, 이 곳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며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것을 서로 느낄 수 있었다. 잠을 청하려고 누웠지만 잠이 쉽게 오질 않았다. 이리 누워 보고, 또 저리 누워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그렇게 오랜 뒤척임으로 간신히 잠이 든 일행을 깨운 것은 다름 아닌 사원의 기도문 방송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4시30분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난 일행은 다시 잠들지 못하고 그대로 몇시간 후의 아침을 맞아야 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아침이 되자 김종민 목사가 이들을 데리러 왔고 날이 밝아 이제야 제대로 된 아부다비의 시내전경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신비로웠다. 이들이 아는 그 어떤말로도 표현이 안될정도로 경이롭고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인구의 20%만이 현지자국민이라는 이곳. 돈이 너무 많아 주체할 수 없는 사람들, 그래서 대학을 가는 학생은 나라에서 학비를 대주고, 군대를 가지 않아 군인마저 타민족을 돈주고 사오는 실정이다.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차는 모두가 고급차들 뿐이고 (쉐이크)라고 불리는 부호들의 집은 왠만한 작은 궁전을 보는 듯했다. 별천지를 보는 듯
입을 다물지 못하던 사범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그런데, 정말 여자들이 안보이네?”
“진짜!”
“정말이네. 다들 어디간거야?”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거들었다. 정말이었다. 거리에서 여자라곤 찾아볼수가 없었다. 그것은 중동의 많은 특징 중 하나일것이리라… 말로만 듣던 일들을 몸소 체험한다는 것이 나름대로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하루동안 이들은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우선 살아야 할 집을 구했고 몇몇 중요 한인들과의 만남도 가져야 했다.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사범들에겐 곤욕일 수밖에 없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노크한 이들에게 이런것쯤은 각오했던 일이었다.


같은날 저녁. 김목사님 집에 모인 사범일행은 왕실관계자가 보내온 훈련스케줄표를 보고 있었다. 김목사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강사범, 자네가 먼저 읽어보고 사범들 배치를 하게나.”
“네”
잠시 후, 강사범은 각 사범들의 개인 능력에 따라 적절한 자리배치를 해주기 시작했다.
“김정식사범과 안지영사범은 왕실직계가족의 자녀를 맡아서 하루 두시간 5일…”
“노기석사범과 이일재사범 그리고 난 왕실경호부대군인들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 두시간 5일 하는 걸로 우선은 일정을 짤 테니 일에 차질이 없도록 각자 만반에 준비를 해주길바란다.”
대충 의견이 맞자 일행은 김목사님의 안내로 시내를 돌며 생활하면서 이용해야할 필요한 장소들을 익히고 있었다. 슈퍼마켓, 이발소, 은행, 식당….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이곳에 단 한곳 뿐인 한인식당 “아리랑”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낯선나라에 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그 말을 뼈저리게 생각하면서 이들은 김치찌개 먹을 생각에 긴장으로 굳어있던 얼굴에 희색이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