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즈”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Noblesse(귀족)’ 와 ‘Obliger (의무)’의 합성어입니다. 이 말은 1808년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를 마르크(1764-1830)에 의해 사용이 후, 인구에 회자되는 말로서, 고귀한 신분의 사회 지도층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먼저 합당한 의무를 다 해야함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인류 역사는 하나의 민족과 한 나라들의 흥망성쇠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많은 나라들이 세워지고 흥왕하다가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졌습니다. 역사에 등장하는 그 많은 나라들 가운데 1000년의 긴 역사를 이어온 나라는 단 두 나라 밖에 없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양에서는 로마제국이요, 동양에서는 바로 통일 신라입니다.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인 일본 여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서 로마제국 천년을 이어온 철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고 강조합니다. 로마가 부흥하고 세계의 패권국가로 등장할 때에 로마의 귀족들은 국가를 위해 자신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나면 귀족들은 솔선수범해 최전방에 나가 싸웠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선 금쪽같은 재산을 사회에 흔쾌히 내놓았습니다. 그녀는 “지성에서는 그리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오랫동안 거대한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회지도층의 역할이었다” 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속담 중에도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즈” 뜻을 가르쳐주는 것이 입니다. 바로 “양반은 양반답게 처신하라” 것입니다. 우리가 ‘성군’이라고 일컫는 훌륭한 왕들은 제국국가 시대에도 백성 위에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백성을 섬기는 왕들이었음을 잘 압니다.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극도의 이기심이 팽배한 이 시대에도 청량음료와 같이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즈’ 가 우리 주변에도 있습니다. 사회학자 조용헌 씨는 전국 15개 명문가문을 직접 방문하여 발간한 저서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란 책을 에서 이 최 부잣집 예를 들어 ” ‘좋은 일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 는 정신이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집안이 수백 년 동안 9대의 진사와 12대의 만석꾼을 배출한데는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소중한 가훈의 가름침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만석 이상의 재산은 모으지 말고, 둘째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셋째는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도 누가복음 12장 48절 하반절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찾을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 는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자의 삶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주위엔 고위 관리, 부자, 지식인 등 자칭 노블레스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외면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노블레스 말라드 (Noblesse Malade .’병든 또는 부패한 귀족’이란 뜻)’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입으로는 사회정의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탈세, 편법, 투기 등을 꾀하는 사이비 노블레스를 빗댄 말입니다. 지난 2005년에는 서울에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1+1 자원봉사 서약식’이 열렸습니다. 이 작은 불씨를 통해 사회지도층이 자신의 부, 명예, 권력을 사회와 나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회전반에 확산되길 기대해 봅니다. 사회적 신분이나 가진 것으로 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에게 있는 것으로 남과 나눔으로 진정한 노블레스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