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밀사 : 보이지 않는 손들 4 - 주현식

January 22, 2026 by KCN

우아한 음악과 그 분위기를 즐기며 식사를 하던 많은 사람들은 고막이 찢어질 듯 날카로운 총소리에 혼비백산 비명을 지르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뛰어나가느라 아수라장이었고 몇몇은 넘어져 일어나지도 못한 채 벌벌 떨고도 있었다. 이때, 침착한 요원 한 명이 뒤쪽에서 몸을 날려 권총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두리는 엉겨붙여 치고 박고 난투극을 벌였다. 그 시간, 앞서 재빠르게 빠져나온 작전 A조는 황장엽씨와 그의 비서만을 태운 뒤 어디론가 쏜살같이 내달린다. 홍콩경찰들이 싸이렌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호텔 내로 진입했을 땐 이미 식당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손님들도 이미 모두 자리를 피한 상태였다. 비행장으로 향하는 밴 안에서 노구의 황장엽씨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김덕만 무릎에 기대 누운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만 겨우 깜박거리고 있었다.

“이제 안심해도 됩니다.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 마십시오.”

보조석에 앉아있던 우리 요원 한 명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뒤에서는 서둘러 빠져나온 북한요원이 밴이 사라진 쪽을 향하여 계속 추적을 하고 있었다. 얼마간의 거리 밖에는 없었다.

“빨리 쫓으라우 쌍!!”

북한요원들은 공항으로 가는 강변도로로 접어들자 일제히 권총을 뽑아들고 상반신을 창문에 고정시킨 채 빨리 달리라고 손짓을 한다. 그러나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들 때문에 쉽지가 않은 눈치였다. 권총을 뽑아든 사람들이 탄 차량이 마치 레이싱을 하는 듯 도로를 누비자 차들이 피하다가 여러대 추돌사고가 나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도로에서 차량이 많이 빠져버리자 황장엽을 태운 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있다. 저 검정색 밴이다.”

더욱더 속력을 내며 앞 차를 밀어내며 추월한다. 목숨을 내 건 위험한 짓이었다.

한편 앞서가는 밴 안에서는 우리 요원이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다. 도착하는대로 비행기 안에 탑승할 수 있도록 교신중이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비행기만 타면 된다. 그 비행기를 꼭 타야 성공이다. 실로 피가 마르는 순간이 아닐수가 없었다. 몇 발의 실탄이 밴에 맞았지만 다행히 사람이 다치진 않았다. 얼마나 그렇게 달렸을까? 요원들 시야에 멀지 않은 곳의 공항의 모습이 들어왔다. 긴급전화를 접수한 작전 B조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밴이 어서 공항 활주로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긴급전화를 받고, 뒤를 거의 따라붙은 북한차량이 있음을 안 요원들은 공항입구 왼쪽 갓길에서 잠복하고 있었다.

드디어 밴이 공항입구로 진입하자 왼쪽 갓길에서 대기했던 지프 한 대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뒤따라오던 북한차량으로 돌진한다. 지프의 갑작스러운 진입에 북한공작원은 핸들을 좌로 우로 꺾으며 충돌을 피하려다 공항로 가로등을 받으며 잔디밭으로 뒹구러져 나갔다. 충격이 컸든지 차에서는 금세 연기가 피어 올랐고 비틀거리며 기다시피 나온 공작원들은 이마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이정도로 포기할 인간들이 아니었다. 두명은 연신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가며 밴이 사라진 공항입구쪽으로 미친 듯 뛰기 시작했고, 다리를 다친듯한 한 사람은 절뚝거리면서도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한편 작전C조는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던 다른 요원 4명과 황장엽씨 비서 김덕만씨는 부축을 받은 채 탑승객의 물결에 휩쓸려 기내로 들어가는 수속대에 서서 사방을 살피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빠른 걸음으로 면세점을 지나 42번 개찰구 기내로 들어간다. 그 시간, 공항 대합실에 도착한 북한공작원들 그들이 어느 비행기를 탔는지 사방 전광판을 보면서 머리를 이리저리로 미친 듯이 돌리느라 정신이 없다.

“썅, 이 간나새끼들, 어디로 간거야? 응?”

많은 공항인파들 속에서 이들의 행동은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 힐끗힐끗 보면서 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이, 김동무! 지금 이시간 이 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가 어떤건지 어디로 가는지 날래 알아보라우.”

엄한 옆동지에게 소리를 지르는 이 신경질적인 사람은 못내분을 삭히지 못하고 전화부스를 머리로 받는다.

“아이 썅! 이 간나 새끼들 잡히기만 하면 총살이다. 간나새끼들…”

그들은 이시간에 떠나는 모든 비행기의 목적지에 대해 상세히 알아낸 후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그들대로 비상이니 그들 공관에 알려 목적지마다 일일이 승객체크를 할 것이고 나름대로 손을 써놓을 것이다. 잠시 기착지인 싱가폴에도 그들이 벌써 깔려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싱가폴에 잠시 기착한 비행기는 주유만을 받고 다행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다음 기착지인 아랍에미레이트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