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밀사 : 보이지 않는 손들 5 - 주현식

March 18, 2026 by KCN

<아부다비 국제공항> 오후2시경.

이미 한국에서 날아온 특별전용기는 그들 일행을 싣기 위해 일찌감치 공항 내 도착해 있었다. 북한대사관 비밀공작원들 공항내에서 승객 명단과 도착시간을 체크하면서 일행들이 이 곳에서 한국비행기로 갈아탈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대기하고 있고 다른 요원들 역시 한국대사관 밖에 잠복, 이들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이미 이런 북한의 움직임을 불 보듯 뻔하게 알고 있는 대사관 측에서는 전날 미리 대사관직원 5명과 관저에서 모여 의논한 후, 미행을 따돌리기 위해 한명씩 두 명씩 조를 짜서 공항으로 모이게 했다. 모이는 장소는 공항 내 물건 보관하는 곳이며 거기서 각자 지시대로 북한 공관원을 하나씩 따라붙어 중요한 시기에 시선을 분산시키자는 속셈이었다.

잠시 후, 한국대사관에서는 본국 안기부에서 긴급한 연락 한 건을 접수했다. 내용은 <암호명, 에릭을 찾아보내라> 얼마전 착축되어 이곳으로 온 태권도 사범들 중, 안기부 특별요원인 안지영(일명. 에릭 안)과 연락을 취하라는 지시였다. 태권도 사범들 중 안기부 요원이?

“아니, 그 키 큰 사범 이름이 안지영 아냐?”

“맞아. 그 사람이 안기부 요원이었어?”

“세상에, 감쪽같이 속았네.”

연락을 접한 사람들은 의아하고 무척이나 놀랐듯 보였다. 하지만 곧 더 이상의 동요없이 에릭 안에게 연락을 취한다. 한편, 아무 소식도 없이 사라진 안사범을 걱정하던 살범들은 얼마 후 긴급한 전화를 받게 된다.

“저는 지금 공항으로 가고 있습니다. 긴급상황입니다. 선배님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자세한건 말씀드리겠지만 북한에서 거물급 인사가 귀순망명해 3시간 후 이곳 비행장에 도착 한국비행기로 갈아타야 합니다. 무사히 이 곳을 떠날 수 있도록 북한대사관원들을 막아야 합니다. 인원이 생각보다 많아져서 저 혼자는 역부족일것 같습니다. 형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급한 목소리의 안사범은 침착함은 잃지 않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모두들 영문은 몰랐지만 강사범은 일단 가보자며 사범들의 등을 떠밀었다. 차 한 대에 타고 공항으로 가면서 이들 사범들 머릿속에는 한결같이 어떻게 막내가 이런 국가적 차원인 큰 사건에 연류가 되었으며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몰라 서로들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 순간 뒤쪽에서 찢어지듯 요란한 싸이렌과 함께 경찰차가 다가와 서라고 지시한다. 무슨 죄를 지은 사람들처럼 잔뜩 겁먹은 듯한 얼굴들로 “뭐야, 뭐가 걸린거야 응?” 강사범은 말했다.

“우리가 지금 달린 속도가 시속 250이야. 과속이지.”

서서히 갓길에 차를 세우자 경찰차 2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차를 세운 후 어슬렁 어슬렁 다가온다.

“침착하게 행동해. 아무 일 없어.”

강사범은 경찰에게 아랍말로 인사를 했다.

“쌀라마리쿰”

“아리쿰살람”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경찰관은 예리한 눈으로 차안을 살피며 말했다.

“과속입니다.”

“미안합니다. 일행 중 한 명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가는 길이라…”

강사범은 지갑 안에서 왕실경호부대 출입증과 차량증 그리고 몇 가지를 더 보여준다. 경찰관 순간 굳었던 얼굴이 퍼지며 더 볼것도 없다는 듯 통과시켜 준다. 그렇다. 이 나라는 왕실과 관련된 모든 일에는 무조건 관대하거나 통과다.

“그럼, 저희가 선도해 드릴까요?”

고마운 친절이었지만 지금 이들에게는 결코 필요없는 제의였다.

“괜찮소, 어쨌든 미안하게 됐습니다.”

강사범은 손을 들어 고마움을 표시했고, 경찰관은 거수경례를 했다. 왕실의 경호부대는 국방부 소속의 1급 공무원. 일개 교통을 담당하는 도로경찰과는 엄청난 직책의 차이가 있다. 아마도 그 경찰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을것이다. 왕의 차량번호는 1, 번호판에 그냥 1이라고만 찍혀있다. 그 순으로 2자리까지는 왕의 가족이나 친척 가까운 사람들이 쓰는 번호판이다. 이런 숫자를 단 차량은 무슨 잘못을 하더라도 눈감아주는 것이 이 곳의 도로교통법인가 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는 나라야.”

노기석 사범이 한마디 했다.

“휴-진땀나네. 이래서 죄짓고는 못산다는 말이 생겼겠지?”

“우리가 무슨 죄졌어요? 과속 한 번 한거 가지고…”

“그렇긴 한데….”

“그건 그렇고…. 그 넓은 공항에서 어떻게 안사범을 만나지?”

“어쨌든 우리가 들은 내용대로라면 우리의 얼굴도 이미 북한요원들이 알지도 몰라. 조심하면서 우리도 안사범과 대사관 직원들을 찾아보자고… 참 모두들 휴대폰 지니고 있지?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들 연락들 하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