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밀사 : 붉은 모래 언덕 4 - 주현식

October 22, 2025 by KCN

한 차례의 인사가 끝나자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수려하고 외모를 지닌 한 부인이 막 도착해 식장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오! 헬렌 부인 어서오십시오.”
이 대사가 각별히 생각하는 이 부인은 바로 미 우주항공사인 “NASA”에 근무하며 이곳 지사에 발령받아 부임해온 로버트의 부인이었다. 남편의 영향력이 무시못하는데다가 그녀 역시 그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헬렌 부인은 두리번거리다가 사범들을 발견하고 기품 있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나는 헬렌부인이라고 해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이곳 한인사회는 아주 작은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곳이라 소문이 무척 빠르답니다. 아마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텐데…외국생활이 다 이런 거죠. 뭐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거 아니겠어요? 한번 저희집에 초대하죠. 와주실거죠?”
듣던대로 그녀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붙잡아두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물론입니다. 영광이지요!”
강영석 사범은 곧바로 사범들에게 눈짓을 하고 일행은 거의 동시에 “감사합니다”라며 말했다. 어느덧 사범들도 긴장을 조금 풀 수 있었다. 한쪽켠에서 바비큐를 굽느라 가뜩이나 더운 날에 땀을 비오듯 쏟고 있는 대사관 직원을 발견하자 이일재 사범과 안지영 사범이 눈으로 신호를 보내더니 얼른 일어나 일손을 거들어 준다.
“한국에선 이런거 못해보고 산거 같아. 안 그래요?”
안지영 사범이 고기를 구우며 말했다.“그러게. 지난번에 영빈관 공원 지날 때 봤지? 아무 잔디밭에나 들어가서 고기 구워 먹고 누워서 책 읽고 강아지 산책 시키고… 한국은 잔디밭마다 팻말이 있잖아.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아마 잔디밭에 못 들어가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거야.”
“참, 우리 인생도…. 어쩌다 이 곳까지 오게 됐는지! 아직은 행운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거 어떻게 생각하면 특별한 인갑대접을 받는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정말로 내가 무슨 큰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우쭐해 지기도 해. 안사범은 그런 생각 안들어?”

특별한 인간? 그렇다. 안지영은 이순간 자신이 그 말에 딱 맞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말없이 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해야 했다. 그 때 이동재 대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그를 주시했다.
“오늘 제가 어려운 발걸음 해주신 여러분께 인사시켜 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오늘의 주인공들이신 다섯 분의 자-알 생기신 한국의 젊은이들입니다. 모두들 한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정도의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의 소유자들이며 국위선양을 위해 이 곳 먼 아부다비까지 와 주신 자랑스러운 분들이기에… 물론 얘기는 들어 모르신 분은 없으시겠지만 이런 자리를 빌려 우리가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속내도 보이고 싶었고 또 외부 인사들께도 선 뵈고 싶은 제 마음의 표시라고 생각하시고 따뜻하게 박수 한 번 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대사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며 이번엔 아랍말로 지금까지 한 말을 번역해 반복하기 시작했다.
“먼저 제일 먼저 소개할 분은 제일 연장자이시며 책임자격이신 강영석 사범님.”
“그 옆에 계신 분이 이일재 사범님!”
“다음은 노기석 사범님!”
이름이 호명되고 한 사람씩 나와 인사를 하자 백여명의 국내 외 인사들의 환영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정식 사범님!”
“자! 마지막으로 안지영 사범님.”
사범들 모두 쑥쓰러워 얼굴들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자 이렇게 소개해드린 다섯명의 사범님들은 대한민국의 민간 외교사절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태권도를 이 아랍군인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이 더운 나라에까지 오신 분들입니다. 지금 우리 조국은 국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럴때일수록 각자가 맡은 임무를 더욱 더 충실히 해나가며 어려운 내조국에 조금의 힘을 보탤 수 있는 꼭 필요한 국민이 되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 어렵게 시간 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리고 아울러 이 다섯분의 사범님들이 맡으신 소행을 잘해 국위선양을 하실 수 있도록 여기 계신 분들 많이 도와주시고 관심 어린 눈으로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아! 아직 총각들이니 좋은 규수 있으면 소개도 시켜 주시고요… 허허허 아무튼 잘 부탁드리겠다는 말씀드리고 제 말을 끝내겠습니다.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이 대사님과 함께 단상을 내려왔다. 파티는 무르익어 가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동안 어느덧 사범들은 긴장을 풀 수 있었고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